반 고흐전, 그래도 가길 잘했다

반 고흐전을 보고 왔습니다. 미루고 미루다 전시 종료 일주일을 남겨두고 밀린 방학숙제 해치우듯 다녀왔네요. ^^

사람이 많다는 얘긴 들었지만 별 생각없이 일요일 오전 11시에 갔다가, 미술관 건물에 들어가는데 걸린 시간 + 실내에 들어간 이후에도 관람을 위해 표를 내기 전까지 기다린 시간까지 해서 1시간 동안 줄서서 기다렸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왔을 때는 그 줄이 덕수궁 돌담길까지도 쭉 늘어서 있었으니 그나마 오전에 간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오래 기다려서 입장한 후에도 인파에 치여서 느긋하게 관람하기는 좀 힘들었습니다만, 책 귀퉁이에 있던 조그만 사진들로 보던 작품들을 실제로 봤다는 것 자체로 만족입니다. 유명한 '프로방스의 시골길 야경'이나 '씨뿌리는 사람'같은 작품들이 그렇게 강렬한 에너지가 넘칠 줄은 몰랐는데, 특히 유화들은 실제로 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록 미술과 담쌓은 사람으로서 이런저런 망상을 하면서 관람을 했습니다만...^^

예를 들자면, 작품 속에서 일상에 찌든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흐가 현대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PC방에서 12시간쯤 훼인짓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지 않았을까 상상도 하고, '게' 그림을 보면서는 - 음식 사진 올리는 블로거와 오버랩되면서 - 게 먹은 것 자랑하려고 그렸을까 하는 망상도 하면서 말이죠.

전시작 중에선 '우체부 조셉 룰랭'이 가장 인상에 남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배경에 꽃이 있기 때문입니다. 옆에 전시되어 있는 다른 초상화에는 배경에 꽃같은 건 없었는데, 이건 왜? 멋들어진 수염을 자랑하는 중년 아저씨의 초상화에 왜 꽃그림이 배경으로? 고흐랑 무슨 관계길래? -_-;


아직 관람 전이신 분들은 평일 10시까지 개관하니까 16일 종료 전에 평일에 다녀오시는 건 어떨까요? 평일엔 사람이 좀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줄서서 기다리면서 볼 책 내지는 게임기, 혹은 대화상대가 있으면 좋겠죠. ^^
* 공식홈페이지 : http://www.vangoghseoul.com/



ps. 혼자놀기 카테고리에 넣었지만 사실은 친구랑 다녀왔습니다. 저라고 만날 혼자 놀러다니는 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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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yner | 2008/03/10 00:55 | 혼자놀기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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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글틀양 at 2008/03/10 05:57
조셉 룰랭의 초상화를 보고 저랑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군요..

솔직히 순정만화풍의 향기가 느껴져서......
그비싼 그림을 보면서 조금 웃었드랬죠....
중년아자씨 초상화에 난무하는 꽃들이라니...
Commented by 롤리팝 at 2008/03/10 08:50
전 내일 가볼 계획이에요...티켓은 진작에 끊어놨지만 너무 사람이 많아 결국 못보고 왔다죠...
내일 퇴근하고 가봐야겠어요...
Commented by 시오、 at 2008/03/10 09:13
전 슬픔이 인상적이었어용. 다녀와서 아직도 감상을 안썼다능... 앞으로도 쓸 것같진 않지만요...^^;
Commented by 나르사스 at 2008/03/10 10:21
막판에 사람이 줄면 가보려고 했습니다만 아직도 줄이 늘어서 있습니까 .ㅜㅜ
Commented by soyou at 2008/03/10 11:02
12월에 네덜란드를 여행하다가 반고흐 미술관에 들렸죠. 그런데 이런 설명문을 붙여놓았더군요. 몇몇 작품은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회 관계로 이자리에 없습니다... 뭐 그런거죠. 제가 가면 걔가 오고, 걔가 오면 제가 가는 그런.. 그때 놓친 몇작품을 보러 가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고민중입니다.
Commented by 시엔 at 2008/03/10 12:54
저도 3,4년 전에 고흐전에 다녀왔었는데
=-ㅠ 그땐 가장 중요한 작품들이 죄다 복제품이더군요
그러면서 티켓값은 비쌌던 걸 생각하면 주최측을 아주... 그냥... =-=;;;
잘 다녀오셨다니 다행이네요
Commented by 록차 at 2008/03/10 19:31
저는 아무 생각없이 보고만 왔는데...-_-;;;
앞으로는 Layner 님 처럼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봐야겠네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3/10 21:35
유명한 작품들은 거의 다 빠져 있어서 아쉬웠지만 전에는 몰랐던 여러 그림을 볼 수 있어 좋았지요.
그나저나 그 초상을 보고 그런 발상이 가능할줄은 OTL
Commented by 하루 at 2008/03/13 13:01
유명하지 않은 고흐 그림이 많았던게, 좋았던 점이기도 하고, 아쉬웠던 점이기도 해요. 고흐는 참 우울한 화가가 아니었나 생각이 절로 드는 그림들이 더군요. 저도 프로방스의 시골길 야경'에서는 대 감탄을 하고 말았지만요. ^^
Commented by sami at 2008/03/13 13:03
저도 어제 가서 봤는데^^;; 다른거보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씨부리는 사람들은 정말 화보집과는 전혀 다르고 멋진 그림이더라고요. 발길이 안떨어지더라고요..
Commented by Layner at 2008/03/13 19:03
글틀양 // 아아, 다행이군요.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어요...ㅠ.ㅠ

롤리팝 // 오, 잘 다녀오셨나 모르겠네요. 저도 평일 저녁에 갈 걸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시오、// 아, 슬픔도 제목 그대로의 감정이 묻어나오는 작품이었죠. 하지만 같이 간 친구의 농담 한마디에 ^^;

나르사스 // 마지막에는 사람이 더 늘지도 모릅니다. ^^;

soyou // 아니, 그런 타이밍이~ ;;; 머피의 법칙이로군요, 정말.

시엔 // 아아, 복제품. 저야 못 알아보겠지만, 그건 정말 아쉽군요.

록차 // 하하, 제 경우엔 작품을 제대로 감상한 게 아니라 망상만...;;;

잠본이 // 아아, 제 뇌가 썩어서 그렇습니다...;

하루 // 언젠가 직접 가서 볼 일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뭐, 이런 기대라도 있어야죠.

sami // 멀리서 씨뿌리는 사람들 보고 헉하고는 바로 그 앞으로 갔죠. 그 강렬한 태양이라니~
Commented by 두비 at 2008/03/14 23:36
starry night 없어서 왕실망하고 온..ㅠ.ㅠ
Commented by Layner at 2008/03/16 23:24
두비 // 아, 그 작품도 정말 실제로 보고 싶네요. 이번에 못 본 작품들은 역시 다음 기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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