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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추억 뭔가를 보다/듣다

커피 한 잔 더 1 -
야마카와 나오토 지음, 오지은 옮김/세미콜론
커피 한 모금에 새로운 세상이 보이거나 하지 않는다. 온갖 미사여구로 커피 맛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맛있는 커피집을 찾아다니지도, 맛있는 커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지도 않는다.* 커피는 단지 일상일 뿐이다. 직접 내린 커피,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 혹은 길거리의 캔커피, 누군가와 마시는 커피, 혹은 누군가를 추억하며 마시는 커피, 이 모든 것들이 다 배경으로 녹아든 일상일 뿐이다. 그리고 나 역시 '커피 한 잔 더'를 읽으며 추억에 빠져든다.


내가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어릴적 커피는 어른의 음료였지만, 난 매번 아버지가 드시던 커피를 남겨달라고 조르곤 했다. 아이가 마셔도 맛있기만 한 다방커피의 추억.

중학생이 되면서 시험 직전 벼락치기 공부 핑계로 마시게 된 커피. 이제는 한 모금이 아니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커피를 마셔도 잠은 잘만 오더라.

매일같이 커피를 마시게 된 고등학생. 늦은 밤, 학원에서 졸음을 쫓기 위해 자판기에서 뽑아 먹은 맛없는 블랙커피, 그 맛을 지우기 위해 밀크커피를 뽑는다는게 실수로 다시 뽑은 블랙커피. 자판기 블랙커피 연속 두 잔은 정말 괴로운 맛이었다.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가 본 카페. 2차까지 가고 난 술자리 뒤에 3차는 꼭 커피를 마시러 가던 선배 덕분에 처음으로 마셔 본 헤이즐넛의 향,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1.5리터 페트병 하나 가득 인스턴트 블랙커피를 만들어 냉장고를 채웠던 여름날의 하숙방. 훈련병 시절 추운 겨울날 커피 한 잔과 초코파이 하나에 너무나 행복하던 기억. 도서관 앞 자판기에서 친구들과 마시던 커피 한 잔에 취직 걱정도 잠시 잊던 취업준비생 시절.

처음 만났던 카페에서 마셨던 블렌드 커피. 처음 손잡은 날, 맞은 편 자리가 아닌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두근거리던 카페. 그리고 밤새 병실을 지키며 마셨던 커피...

이런 기억들을 다 되살리게 한 만화. 스크린톤없이 펜으로만 그려진데다, 굵은 선의 귀여운 3등신 캐릭터들은 따뜻한 느낌을 주는데, 아무래도 여름의 아이스커피보다는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보는 게 더 어울릴 듯 하다.


* 사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커피 내리는 법이 잠깐 소개가 되었다...:)

ps. 커피가 술보다 좋은 점은... 혼자 마시는 커피가 특별히 더 쓰지는 않다. 또, 커피는 혼자 마셔도 청승맞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마실 수도 있다. 게다가 알콜 중독 보다는 커피 중독이 더 낫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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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貧乏自慢 : 커피 좋아하세요? 2008-10-20 15:18:34 #

    ... 일이 떠올라서 커피가 살짝 일기 대신입니다. (30대, 남성) 여러분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방법이라든지 커피에 얽힌 추억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관련글 : 커피의 추억 ... more

덧글

  • 熾品君 2008/05/28 01:15 # 답글

    술이 커피보다 좋은 점은, 좋은 점은…. (단)둘이 마시면 더 즐거울 경우도 있습니다.
    혼자 마셔도 (술의 종류에 따라)나름대로 운치가 더 있을 수도 있고. …하지만, 제시하신 예의 후자 두가지 경우에는 딱히 못 대들겠(?)습니다. ㅡㅜ
  • Layner 2008/05/28 12:15 #

    사실 맥주 정도는 집에서 혼자 잘 마십니다. 요즘은 카스 레몬을 종종 마시는데, 날씨가 더워지고 있어서 나홀로 맥주 소비가 늘 것 같네요. ^^
  • 피나 2008/05/28 10:30 # 답글

    으와, 오늘 비도 오고 날도 침침하니 아침에 따뜻한 커피를 마셔야겠어! 하면서 저 지금 커피 마시고 있거든요. 커피 마시면서 커피 관련 포스팅을 보다니, 이런 우연과 기쁨이. :)
    엄청나게 커피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책 엄청나게 끌리는걸요. 일상에 녹아있는 커피 한 잔이라...이런저런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다음달 월급 들어오면 첫번째 위시 리스트에 올려두어야겠어요.
  • Layner 2008/05/28 12:33 #

    도넛 사놓고 커피 마시면서 책 읽다가 포스팅이나 하고 자야겠다 싶어서...^^
    오늘은 마침 비가 와서 커피 마실 분위기는 조성됐네요. 책은 1화 완결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연의 아픔 이야기, 달콤한 연애, 옛날을 추억하는 이야기, 혹은 망상^^도 있습니다. 하루키 소설이 스파게티와 맥주를 땡기게 했다면, 이 책은 확실히 커피를 마시고 싶어지게 하네요. ^^
  • 곰부릭 2008/05/28 12:25 # 답글

    저는 어제 친구를 만나서 몇달만에 별다방 커피를 그란데-_-사이즈로 마셨다가
    밤새 각성모드로 눈이 벌겋게 되어버렸네요(=안?못?잤다는 이야기;;)
    아 저에게 역시 카페인은 약인것입니다...아껴서 가끔 밤새야 할때 써야하는데 어제는 오바한것 같아요.
    그래도 밤새 진삼국무쌍을 휘두르긴 했지만...
  • Layner 2008/05/28 12:35 #

    사실 저도 잠시 포스팅하고 자려다가 어째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이뤘네요. 카페인 효과는 아닌데 말이죠. ^^ 천둥소리 들으며 PC 앞에서 이런저런 고민이 좀 많았네요.
  • 모코나 2008/05/30 14:35 # 답글

    음 북새통에서 저 책을 보고 살까말까 고민하다 가방이 적어 패스했었죠.. 다음에 한번 사봐야겠어요.
  • Layner 2008/06/01 23:34 #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커피 좋아하시면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 사은 2008/05/31 01:25 # 답글

    커피처럼 다양한 것을 상징하는 음료도 없는 것 같아요. 도리어 술이나 포도주보다 더 의미심장한 커피. 뜨거운 음료에 약해서 커피를 가끔만 마시는 저지만, Layner님께서 커피에 대해 가지고 계신 추억들에는 짠한 마음이 듭니다.
  • Layner 2008/06/01 23:37 #

    매일 마시는 커피지만, 이런 기억들을 되살린 건 이 작품 덕분이네요. 사은님처럼 묘사를 잘 할 수 있으면 하나하나 적어보겠습니다만, 제가 재주가 없어서 이렇게 나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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