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이 냄새가 좋다!

샴푸라든가 세제라든가 향수라든가 그런 좋은 냄새가 아니라 어째서인지 좋은 냄새가 있지 않습니까? 제 경우엔 '무슈다'(*방충제 상품)의 냄새가... 소위 나프탈렌 냄새를 너무 좋아해서, 그 냄새를 맡으려고 옷장을 완전히 열고 심호흡을 하고 있으려니 애인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집같이 그리운 냄새가 너무나 좋습니다! 여러분은 어쩐지 좋은 냄새가 없나요? 가르쳐주세요! 티쳐 선생님! (지로스케)
Weekly Mag2 (08/06/30) 중에서

사실 나는 이 냄새가 좋다! 예전에 'SMELL'이란 포스팅에서 이런 질문을 드린 적이 있는데, 30분이 넘게 답글을 달아주셨지만 로그인을 하셔서 그런지 대부분 점잖은 답변들 위주로 해주셨더군요. ^^ 하지만 아래에 소개드리는 답변들은 이런 냄새를 좋아한다니 싶을 정도로 좀 유니크합니다. 그럼 냄새에 대한 취향이 얼마나 다양한지 한 번 보시죠.

[좋아하는 사람, 많지 않으려나?] 보기


○ 50대 후반입니다만, 옛날부터 새 운동화의 고무 냄새를 좋아합니다. 요즘도 운동을 계속하고 있어서, 새 운동화를 살 때마다 맘껏 냄새를 마십니다. (fjp)

○ 저는 모기향의 냄새를 좋아합니다~ 지금부터 한동안 종종 조우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판다 타이타이)

○ 홈센터나 막 개점한 가게나 신축 건물의 나무 냄새랄까,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습니다만, 이 냄새가 좋습니다! 바로 이 때다 싶어 심호흡을 하며 가득 마십니다♪ (리요삥)

○ 좋아하는 냄새라면 풀장의 염소. 스포츠클럽 주변을 지나갈 때 이 냄새가 풍겨오면 황홀해져서 고이장히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 뭐, 옆에서 보면 이상한 사람이겠습니다만. (saya)

○ 저는 염소 냄새가 나면 여름의 풀장이 떠오르며 가슴이 벅차면서 그리운 감정이 듭니다. (노노노노)


[그리움이 가득하게 되는 냄새] 보기

○ 초여름 무렵 잔뜩 비가 쏟아지고 난 후에 햇볕이 짠하고 들 때 땅에서 나는 냄새가 좋습니다! 시골집의 정원에서 걱정없이 놀던 어릴 적이 떠올라서 말로하기 힘든 그리움이 벅차오르니까요. (네네코)

○ 옛날 아버지가 데려다주셨던 오토바이 레이스의 기름이 타는 듯한 냄새를 잊을 수 없습니다. 어떤 맛있는 요리의 향기보다도 그 냄새에 마음이 뜁니다. (토모사)

[우리 애의 냄새가 최고!]
○ 5살된 장남의 발가락 사이의 냄새를 맡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습니다... 최근엔 애도 직접 체크를 하는지, "오늘은 괜찮아."라든지, "냄새나! 엄마도 맡아봐"하면서 내밀게 되었습니다. (냄새가 나도 멈출 수 없어)

○ 우리 애 냄새. 이제 슬슬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나이(초등5년)이지만, 킁킁 거리는 걸 멈출 수 없습니다. (요코)


[자동차 쪽은 좋은 냄새의 보물창고] 보기

○ 타이어 가게에 들어갔을 때 고무 냄새가 너무 좋습니다! 언제나 심호흡을 하고 맙니다. (나스)

○ 어릴 적, 지나가는 버스 뒤에서 나는 매연, 즉 배기가스의 디젤 냄새가 너무나 좋아서 좇아간 적도 있습니다. 요즘 시내에서는 배기가스 규제를 하지요, 어쩐지 쓸쓸하네요. (타상)

○ 제가 좋아하는 냄새, 그것은 자동차의 배기가스 냄새! 의외로 배기가스파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배기가스는 이전같은 맘에 드는 냄새가 안 납니다. 가솔린이 옅은 것 아닌가요? 환경을 중시해서일까요? 옛날 배기가스의 몸에 안 좋을 것 같은 진한 냄새가 좋습니다. (그만두라고 해도 더 들이마심)

○ 냄새 중에 좋아하는 것은 바로 주유소의 냄새입니다. 제가 어릴 적, 주유소 2층에 살아서 매일 가게에 놀러가거나 해서 맡던 냄새였습니다. 지금 남친도 오일 계통의 외국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가까이 가면 가솔린 냄새가 납니다. 어쩐지 행복했던 때의 냄새와 직결되는 듯 해서, 냄새가 나면 맘이 차분해집니다. 단, 어렴풋이 풍기는 정도가 베스트입니다. (chibiri)


[좀 매니악?] 보기

○ 지하철 통풍구에서 올라오는 먼지섞인 냄새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 냄새가 나면 통풍구 위에 올라가 버리고 맙니다. (그린)

○ 저는 담배꽁초의 냄새가 너무 좋습니다. 어릴적부터였습니다. 지금은 금연에도 성공해서 담배 냄새는 싫어합니다만, 재떨이의 냄새를 킁킁거리기도 합니다. 제 스스로도 꼴불견이니까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그만두질 못합니다. (어쩐지)

○ 저는 미국 종이 봉투 안의 냄새가 아주 좋습니다. 사촌동생이 잡화를 선물로 이것저것 사다줬을 때, "미안해, 미안해!"하면서 선물은 다 빼내고 텅 빈 봉투를 코에 밀착해 놓고 숨을 쉬면서 선물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촌동생도 제 취향을 알고 있어서 일부러 종이 봉투를 준비해 준 것이라네요. 일본의 종이봉투에서는 얻을 수 없는 더없는 행복.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선물입니다. (츄츄츄스케)


여러분도 좋아하는 냄새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생각하시면 로그아웃하고 다셔도 좋습니다. :)

ps. DAIN님의 '냄새' 포스팅에서 묘사하신 20세기와 21세기의 냄새가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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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yner | 2008/07/01 13:37 | 앙케이트!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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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ozy at 2008/07/01 14:07
저는 가죽냄새~ 새로 지갑이나 가방을 살때, 구두를 살때 마음껏 맡습니다. 요즘은 냄새가 별로 안나서 좀 섭섭해요.
고무냄새도 기름냄새도 좋아하지요~
Commented by Layner at 2008/07/02 10:26
가죽냄새는 바로 '신상'의 냄새~ ^^ 고무냄새에 기름냄새까지 스펙트럼이 넓으시군요. ^^
Commented by Novus at 2008/07/01 14:35
저는 세탁소 냄새를 꽤 좋아합니다.(...) 요즘은 세탁소 갈 일이 많지 않지만요.
Commented by Layner at 2008/07/02 10:27
세탁소 냄새는 잘 안 떠오르는데, 대신 데메테르의 세탁건조기향이 생각나는군요. ^^
Commented by 바뜨 at 2008/07/01 15:13
저는 경품으로 나눠주는 수건에서 나는 냄새요..막 찍어낸 신문에서도 유사한 냄새가..아마 석유류의 냄새인거 같은데, 어릴때부터 수건 생기면 코를 박고 좋아라하며 맡았네요..ㅋㅋㅋ
Commented by Layner at 2008/07/02 10:28
새 수건의 냄새. 오, 석유냄새 같은 게 났는데 그 냄새를 좋아하셨군요.
Commented by 백랑 at 2008/07/01 18:01
전 상쾌한 여자 냄새............(?!?! 변태같잖아;;;;;;;;)
Commented by Layner at 2008/07/02 10:29
'상쾌한'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여자'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Commented by 길시언 at 2008/07/01 20:50
전 향나무 냄새-_-가 신경쓰입니다.
왠지 기둥에 향나무가 쓰였을 것 같은 옛 건물을 보게 되면 확인해보곤 합니다;;
Commented by Layner at 2008/07/02 10:29
향나무...하면 저는 향나무 부채밖에 안 떠오릅니다. ^^
Commented by 토모or하야 at 2008/07/02 01:02
전 지하실 냄새를 좋아해요. 모든 지하실마다 같은 냄새가 나진 않겠지만, 안개가 아주 많이 낀 날에도 나는 냄새인데.. 일종의 습기가 많은 곳의 냄새지요.
Commented by Layner at 2008/07/02 10:30
지하실의 냄새. 아, 어떤 것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냄새를 떠올리면...오늘은 비도 오고 어째 분위기가 무서워지려고 하는데요. ^^
Commented by 熾品君 at 2008/07/02 05:22
전 수퍼에 있는 성에(얼음?)이 잔뜩 낀 아이스크림 냉동고 냄새를 좋아합니다. 문을 열고 그 냄새를 콧속 가득히 들여 마시면 머릿속이 그렇게 상쾌(까지는 오버이고, "시원")하더라구요.
Commented by Layner at 2008/07/02 10:30
아이스크림 냉동고 냄새라... 조만간 동네 수퍼 가서 한 번 냄새를 맡아봐야겠습니다. ^^
Commented by 피나 at 2008/07/02 08:32
연탄냄새요! 어릴때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집에 살았는데, 가족들이 외출하고 들어갈 때면 엄마가 꼭 연탄을 갈러 가셨거든요. 그때 엄마 손을 잡고 졸졸졸 지하실로 따라 들어가면 매캐하면서도 그리운 연탄냄새가 나곤 했어요. 요즘은 연탄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추억의 냄새가 되어버려서 아쉽네요.
Commented by Layner at 2008/07/02 10:33
연탄 냄새는 확실히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면이 있네요. 아직 연탄난방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요.
Commented by 이사유 at 2008/07/02 10:02
저도 염소 냄새요!! 어릴때 수영장에 많이 다녀보지 않았는데 갈때마다 몸을 소독하는 염소냄새가 정말 좋았어요. 요즘 욕실을 청소할 때마다 락스를 뿌리는데 그 냄새도 좋아서 숨을 크게 들이마십니다. 그리고 갓 딴 커피의 냄새도 엄청 좋아하고요. 사실 커피는 안 마십니다만. 병으로 된 새 커피의 종이 막을 막 깟을때 올라오는 냄새가 최고입니다. 하악하악 하지만 아주 짧게 느낄 수 있어서 안타까워요.
Commented by Layner at 2008/07/02 10:34
락스 냄새...^^ 저는 좋아한다고 말은 못하겠지만, 이거 이번주에는 화장실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커피향이라고 하니 예전에 고시원에 살 때 선배가 준 오래된 원두를 방향제 대신 썼던 기억이 나네요.
Commented by linen at 2008/07/17 14:23
전 난로타는 냄새가 좋아요.
요즘은 잘 없지만 제가 중학생 일때는 교실 한가운데에 큰 난로가 있었고
나무등을 넣어서 태운열로 몸을 녹이곤 하였죠.
그때 그 냄새가 가끔 아련하게 그리워 집니다.
Commented by Layner at 2008/07/18 18:58
난로...저는 부산 출신이라 학생 때 교실에 난로같은 건 본 적이 없네요. 교실 안의 난로라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이쉬마르 at 2008/07/20 20:52
여름에 가끔 돌아다니는 방역차의 소독약 냄새요.. 어릴 때 너무 좋아서 한껏 들이마셨다가 속이 뒤집혀서 밤새 토하고 난리났던 기억이;
화장실에 매달아 놓은 나프탈렌 냄새도 좋아하구요.. 학교 근처 온천천(부산에 있답니다^^)에 가면 나는 썩은 물 냄새;도 좋아해요...
위에 달린 댓글들 태반이 제가 좋아하는 냄새들이군요^^
Commented by Layner at 2008/07/21 07:37
소독약, 나프탈렌, 이런 류의 냄새를 좋아하시는군요...^^ 온천천의 냄새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때 문현동 동천강의 냄새는 고약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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