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yner.egloos.com

貧乏自慢

이글루스 로그인



구글 애드센스 1 20140625

통계 위젯 (화이트)

1239
204
1558450


『온 더 무브』, 당신을 기억할게요 뭔가를 보다/듣다

온 더 무브 - 10점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알마

"색스, 자넨 우리 실험실의 골칫거릴세. 그러지 말고 환자를 보는 것이 어떻겠나. 그게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길이지 싶네." 나의 임상 생활은 이렇듯 불명예스럽게 시작되었다. (p.176) 

"지렁이 대학살"을 감행하던 올리버 색스는 실험(연구) 대신 임상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는, 사람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가득했던 그의 의사 부모님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올리버 색스 역시 실험실의 실패가 아니었더라도 임상의 세계에서 사람들과 함께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렇게 임상의 세계로 들어와 우리에게 주옥 같은 병례사(病例史)-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를 남겨주게 된 것은 다행이다. 


자서전이 자화자찬이라면 얼마나 무미건조할 것인가. 『온 더 무브』는 '의사 선생님'의 이미지로만 떠올리던 올리버 색스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모터사이클로 잉글랜드를 유랑하던 1950년대에 나는 그런 민주주의, 그런 평등사회를 언뜻 느끼고 누려본 바 있다. 모터사이클은 뻣뻣한 잉글랜드에서조차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말문을 트고 우정 어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계급 장벽의 우회로 같았다. (p.90)

이렇게 모터사이클 라이더로서의 모습이라든지, 


"올리버! 대체 뭘 먹은 거야?" 캐럴이 말했다. 
"아무것도 안 먹었어. 그래서 이렇게 겁이 나는 거야." 캐럴이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 "그럼 뭘 끊은 거니?" (p.183)

이런 '약쟁이' 시절의 이야기라든지, 사랑의 경험 등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밖에 로빈 윌리엄스, 스티브 제이 굴드, 프랜시스 크릭 등과의 일화도 흥미진진하다. (읽어볼 때의 즐거움을 위해 자세하게 소개하지 않겠다.) 

유쾌함에 킥킥대며 웃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작년(2015년 8월)에 타계한 그의 이야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환자들 가운데는 타고난 교사들도 있었다. 척수가 손상되는 선청선 희귀 질환을 앓는 골디 캐플런이 그런 분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척수공동증은 교과서 내용으로 암기하려 하지 말고 나를 생각해요. 내 왼팔에 큰 화상 자국 보이죠? 라디에이터에 기댔다가 생긴 거예요. 그쪽에 뜨거운 것이나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없어서 그런 거예요. 의자에 몸을 꽂고 앉았던 자세가 기억나요. 내가 말하는 게 힘든 거는 유스타키오관이 뇌줄기를 압박하기 때문이에요. 내가 척수공동증의 산 표본 맞죠?" 골디의 강의는 이 말로 끝맺었다. "나를 기억해요!" 모든 학생이 그의 말을 따랐고, 몇 명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골디 이야기를 하면서 여전히 마음의 눈에 그의 모습이 선하다고 말했다. (p.226)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 『온 더 무브』는 그의 책들 중 한 권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 책들에 조금이라도 매력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물론 이 책을 통해 올리버 색스를 알게 되고 그의 책들을 읽게 되는 분들이 계셔도 좋겠다.




ps. 올리버 색스가 『불면증과의 동침』, 『5리터』, 『해부학자』의 빌 헤이스와 어떻게 만난 건지 살짝 궁금했는데, 『온 더 무브』에 어떻게 만났는지 짧게 적고 있다. 말년에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다행이다. 

핑백

  • 올리버 색스 자서전 『온 더 무브』 – Layner's Note 2016-02-08 11:59:07 #

    ... 약쟁이 시절 얘기, 지렁이 학살자를 접고(실험을 망치고) 임상으로 가게 된 이야기 등 앞부분에선 큭큭 웃으며 읽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짠한 마음이 드는데… 이글루스에 글을 올렸고, 여기에는 인용문만 남겨야겠다. 환자들은 진짜 문제를 아주 고통스럽게 겪는(그리고 종종 중대한 기로에 선) 저마다 절절한 사정을 지닌 ... more

덧글

  • 키르난 2016/02/08 19:05 # 답글

    아..ㅠ_ㅠ 관련 기사를 미처 못봤는데 8월에 돌아가셨군요. 한국에서는 책들이 거의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이 책도 찾아봐야겠네요.
  • Layner 2016/02/09 09:53 #

    자신의 죽음을 앞둔 올리버 색스의 이 글도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올리버 색스: 나의 주기율표" http://bedewed.egloos.com/2190478
  • 키르난 2016/02/09 16:31 #

    오옷.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ㅅ+ 진단 받고 작년 2월인가, 그 즈음 썼다는 유언과도 같은 글만 보았던지라. 감사히 읽겠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구글애드센스_728x90_20140629